우리 아이는 잠을 안 자는 아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잠이 안 오는 게 아니라, 잠이 와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였다.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고, 귀까지 만지면서 졸린 티를 내는데도 막상 눕혀 놓으면 한참을 버틴다.
처음에는 낮잠 때문인가, 활동량이 부족한 건가, 혹시 수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20개월이 된 지금 돌아보면 우리 아이는 단순히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입에 가까웠던 것 같다.
오늘은 잠들기까지 매일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우리 아이의 수면 루틴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우리 아이의 잠자리 루틴
하원 후 저녁 식사를 하고 30분 정도 소화시키는 시간을 가진 뒤 목욕을 한다.
자기 전 따뜻한 물로 몸을 씻으면 근육 이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비슷한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목욕을 마치면 집안 조명을 조금 어둡게 바꾼다. 이제 하루가 끝나고 잠잘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이 되면 아이에게 "침대 가서 책 읽자"라고 말하는데, 신기하게도 책을 들고 먼저 침대로 달려간다.
이 모습을 보면 잠을 자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아이는 아닌 것 같다.

잠들기까지 한 시간이 걸리는 이유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또 읽어달라고 하고, 불을 끄고 누우면 한참 동안 뒤척인다.
엄마 배 위에 올라오기도 하고, 혼자 중얼중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눈은 이미 반쯤 감겨 있고 하품도 하는데 이상하게 잠만은 들지 않는다.
다리 마사지도 해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지만 잠드는 데는 보통 4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옆에서 같이 누워 있다 보면 어느새 엄마가 먼저 잠들어 버릴 때도 있다.
아이를 재우는 건데 결국 내가 먼저 잠들어 버리는 날도 꽤 많다.

입면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해 본 방법들
혹시 몸이 덜 피곤해서 그런 걸까 싶어 낮 시간 바깥놀이를 늘려본 적도 있다.
주말에는 공원에서 뛰어놀게 하고, 하원 후에도 산책을 하며 최대한 에너지를 쓰도록 해보았다.
또 철분 부족이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철분제를 챙겨 먹여보기도 했다.
취침 시간을 앞당겨 보기도 했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생각하면 일찍 재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저녁 7시 30분쯤 침대에 눕혀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눕혔을 때보다 오히려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입면 시간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우리 아이에게는 '일찍 눕히는 것'이 정답은 아니었던 셈이다.
결국 깨닫게 된 것
처음에는 어떻게든 빨리 재워보려고 여러 방법을 찾아봤다.
낮잠 시간도 조절해보고, 활동량도 늘려보고, 취침 시간도 바꿔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를 깨닫게 됐다.
우리 아이는 잠을 안 자는 아이가 아니라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잠들기 전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밤중에 깨는 일은 거의 없고, 아침까지 푹 자는 편이다.
낮잠도 잘 자고 전반적인 수면 시간도 부족하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왜 안 자지?'라는 생각보다 '원래 잠드는 과정이 긴 아이구나'라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재우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하루 종일 육아를 하고 난 뒤 한 시간 가까이 누워 있는 것은 여전히 체력적으로 힘들다.
그래도 언젠가는 "엄마 잘 자" 하고 혼자 잠드는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옆에 누워 책을 읽어준다.
오늘도 우리 집은 책 몇 권을 더 읽고, 한참 뒤척이다가 잠드는 평범한 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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